“야단치지 않고 아이를 키울 수 있을까요?”
많은 부모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입니다. 아이가 실수를 반복하고, 약속을 지키지 않고, 고집을 부릴 때, 우리는 말합니다. “왜 또 그래?” “그렇게 하면 못 써!” “몇 번 말해야 알아듣니?”
하지만 이렇게 훈육하려는 순간, **아이의 마음속에 남는 것은 행동의 교정이 아닌 ‘자기 존재에 대한 의문’**일 수 있습니다. 부모의 꾸지람이 자칫 자존감을 깎는 언어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훈육은 단순한 ‘지적’이 아니라, 아이의 자아 형성 과정에 깊은 영향을 미치는 소통 행위입니다. 같은 상황이라도 어떤 언어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아이의 마음은 더 단단해질 수도 있고, 더 위축될 수도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자존감을 지키며 훈육하는 언어의 기술을 중심으로, 감정과 지혜가 공존하는 말하기 방식에 대해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훈육에도 품격이 있다: 언어의 힘
훈육은 본래 ‘바르게 가르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 '가르침'이 감정 섞인 꾸지람이나 비난으로 변질되면, 아이는 행동보다는 ‘자신’이 문제라고 받아들이게 됩니다.
즉, 부모의 말 한마디는 아이에게 단순한 지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거울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 ❌ “넌 왜 이렇게 산만하니?”
- ✅ “조금만 더 집중해보자. 네가 할 수 있다는 걸 알아.”
두 문장의 차이는 분명합니다. 첫 번째는 아이의 특성을 단정하고 비난하는 말이고, 두 번째는 행동을 지적하면서도 아이의 가능성과 신뢰를 표현한 말입니다.
훈육에도 ‘품격 있는 언어’가 필요합니다.
품격 있는 언어는 단호하지만 존중을 담고 있고, 지적하되 자존감을 지켜주는 방식입니다. 아이는 그 속에서 ‘나는 사랑받는 존재이며,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확신을 얻게 됩니다.
아이는 말보다 메시지를 기억한다
아이들은 부모의 말을 곧이곧대로 기억하지 않습니다.
대신 그 말이 주는 분위기, 감정, 메시지를 마음속에 각인합니다.
“그렇게 하면 안 돼!”라는 말도
- 단호하면서 따뜻하게 말하면 ‘엄마가 날 걱정하는구나’가 되고,
- 냉소적이고 날카롭게 말하면 ‘난 또 혼났어, 난 문제야’가 됩니다.
중요한 것은 단지 말하는 내용이 아니라, 그 말을 통해 전달되는 핵심 메시지입니다.
훈육 시에도 “나는 네가 괜찮은 아이라는 걸 믿는다. 하지만 지금 이 행동은 고쳐야 해”라는 **이중 메시지(존중 + 경계)**를 담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렇게 말해보세요:
- “네가 그런 말을 했을 땐 많이 놀랐어. 그런 말은 다른 사람에게 상처가 될 수 있어.”
- “엄마는 네가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아는 아이인 걸 알고 있어. 그래서 더 이야기하고 싶었어.”
훈육의 말 속에 따뜻한 메시지를 담으면, 아이는 자신을 부정하지 않고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 순간, 자존감은 무너지지 않습니다.
‘네가 싫은 게 아니야, 그 행동이 문제야’
훈육 언어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바로 ‘아이의 존재’와 ‘행동’을 분리해서 말하는 것입니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의 행동을 지적하면서, 무의식적으로 아이의 존재 전체를 비난하는 말을 하게 됩니다.
- ❌ “넌 왜 이렇게 못됐어?”
- ❌ “넌 도대체 왜 그러는 거니?”
이런 말은 아이에게 “나는 나쁜 아이인가 봐”, “나는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해”라는 정체성의 상처를 남깁니다.
반면,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습니다:
- ✅ “그렇게 말하면 듣는 사람이 속상할 수 있어. 그건 옳지 않은 행동이야.”
- ✅ “네가 그런 행동을 한 이유가 뭔지 궁금해. 하지만 사람을 밀면 안 돼.”
이때 아이는 “나는 괜찮은 아이야. 다만 행동은 고쳐야겠구나”라고 느끼게 되고, 자존감은 유지되면서도 행동은 교정될 수 있습니다.
아이를 지적하지 말고, 행동을 설명하세요.
아이의 인격이 아닌, 순간의 선택을 바로잡는 것이 훈육의 본질입니다.
자존감을 살리는 훈육 언어의 3가지 원칙
1. ‘너’보다 ‘행동’을 말하라
- ❌ “넌 왜 항상 이렇게 게을러?”
- ✅ “방을 정리하지 않으면 불편할 수 있어. 같이 해볼까?”
→ ‘너는 문제야’라는 메시지 대신, 구체적인 행동을 중심으로 말하기
2. 비난보다 기대를 표현하라
- ❌ “이래서야 뭘 하겠니?”
- ✅ “엄마는 네가 잘해낼 거라는 걸 알아. 조금만 더 힘내보자.”
→ 부정적인 프레임 대신, 아이의 잠재력과 신뢰를 표현하는 언어
3. 감정을 담되, 존중을 지켜라
- “엄마도 지금 속상해. 하지만 네 마음도 알고 싶어.”
- “그 상황이 화났을 수도 있겠구나. 다음엔 어떻게 해볼까?”
→ 감정 표현은 솔직하게 하되, 존중과 연결을 우선하는 자세
훈육의 말 한마디가 아이의 미래를 만든다
훈육은 아이의 행동을 바로잡는 동시에, 스스로를 바라보는 눈을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부모의 말 한마디, 특히 감정이 섞인 훈육의 순간에 나오는 말은 아이의 자아에 깊은 흔적을 남깁니다.
“너는 사랑받는 아이야. 다만 지금 이건 바르지 않구나.”
이 메시지가 반복될 때, 아이는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배웁니다. 혼나더라도 자존감은 무너지지 않고 자랍니다.
우리는 말로 아이를 키웁니다. 그리고 그 말은 아이의 마음속에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심습니다.
훈육의 순간, 꾸짖음보다 더 강력한 메시지 전달의 언어를 선택해보세요. 그 언어가 아이를 더 단단하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