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어야 감정의 찌꺼기가 남지 않는다.
아이가 감정을 제대로 느끼도록 해주면 자아에 대한 올바른 개념이 발달하고 긍정적인 감정을 표 현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 아이는 고통을 받아들임으로써 위안을 얻는다. 어른들은 자기가 안심하기 위해 아이가 느끼는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기를 바라는 경우가 많다. 또 아이가 슬퍼하는 것을 못 견 뎌하는 어른들도 많다. 물론 이것은 인간의 건강한 본능이지만 분명 잘못된 것이다.
엄마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아이를 떼어놓았을 때 괴로워 하는 아이를 안심시키려는 마음은 어른으로서 당연한 감정이지만, 어른으로서는 대가가 너무 크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에게서 고통을 경험할 수 있는 권리를 빼앗기 때문에 조용히 중간에 끼어들어서 충분히 울어도 된다고 말한다. 아이들은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오히려 겁이 날 수 있고 더 크게 울 수도 있다 아이의 그런 행동은 아이가 실제로 겪고 있는 상황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라서 대개 1,2분 정도는 더 크게 울게 된다 그러다가 자신이 느끼는 고통을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가만히 내버려 두면 살며시 울음을 그치게 된다. 그러고는 깊게 심호흡을 한 뒤 무언가에 정신이 팔려 달려 나가 기어오르기도 하고 여기저기 뛰어다니기도 한다. 마음껏 표현하게 해주는 것이 무조건 막는 것보다 더 낫고 그렇게 해줄 때 아이들 감정도 더 빨리 진정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아이가 다쳤을 때도 이와 같은 과정을 겪게 된다. 아이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다치면 아이를 양호실로 데려가 치료해 주고 돌부리를 어떻게 혼내줄지 아이와 이야기해본다거나 반창고를 붙이자고 이야기하는 것으로 아이와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하지만 아이에게 다쳤으니 아픈 만큼 마음껏 울어도 된다고 이야기한다면 더 크게 울어대기 시작하다가 마음이 풀리게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게 된다. 감정은 거부한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그러면 그럴수록 순순히 받아들여 마음속 한 부분에 자리 잡은 뒤 오래 머무르게 된다.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감추거나 부인하지 않고 그 기분에 완전히 빠질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것은 부모로서 아이에게 베풀 수 있는 사랑이다. 얼마동안은 힘들 어 하거나 괴로워할 수 도 있지만 그렇게 해야 아이에게 더 큰 불행을 주지 않는다
아이가 제대로 감정을 느끼게 해주면 자아에 대한 올바른 개념이 발달하고 긍정적 감정을 표현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아이는 고통을 받아들임으로써 위안을 얻게 되고 고통을 받아들일 줄 아는 아이는 나중에 자라서 눈앞에 닥친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내적인 힘을 갖게 된다. 자신이 느끼는 기분을 부모가 알아주고 이해해 주면 아이는 괴로움을 덜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런 기분을 해결할 수 있는 내부의 힘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사랑하는 누군가와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한다면 슬픈 것이 당연하 듯이 마음이 아플 때는 괴로움을 표현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 표현 은 엄마가 자신을 낯선 곳에 혼자 두지 않기를 바라는 사랑과 섬세함 을 보여주는 것이다. 아이가 부모에게 바라는 것은 자신의 감정을 마음껏 느껴도 된다는 허락과 격려다. 부모는 또 아이가 느끼는 기분을 같이 느끼면서 인정해 주어야 하 고, 기분은 바뀌기도 한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한다. 물론 아이의 주의를 다른 데로 돌려 아이가 느끼는 불안감을 줄여 줄 수는 있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이것은 단 지 어른들이 편하고 싶어서 택한 방법일 뿐이다. 예를 들어보자. 베 이비시터에게 맡길 때마다 아이가 울어서 힘들어하는 엄마가 있다. 그래서 그 엄마는 아이가 낮잠 자는 동안 살짝 집에서 빠져나간다. 이렇게 하면 아이와 엄마 사이에 꼭 필요한 '분리'의 과정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될 뿐만 아니라 아이의 믿음까지 잃게 될 수도 있다.
성인을 대상으로 연구를 한 결과 울음을 많이 참는 사람일수록 긴 장감이나 원인 모를 공포, 의학적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통증을 느 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우리도 어렸을 때 "이건 울 일도 아니야"라 는 식의 말을 들으며 자랐다. 그래서 아이에게 그와 비슷하게 말한 다. 그것은 잘못된 방법이다. 울고 싶을 때 울지 못하고 참은 눈물은 어른이 되어서까지도 따라다니며 괴롭힐 수 있다. 심리치료사들로 구성된 한 연구진은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찌꺼기가 남으면 근육이 심하게 긴장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아이가 아랫입술을 부르르 떨며 막 울려고 할 때 부모가 울 일이 아 니니 울지 말라고 하면, 아이는 무의식적으로 이를 꼭 깨물며 표정이 바뀌지 않도록 노력한다.
"어린 시절에 풀지 못한 감정은 한쪽으로 비켜나 있을 뿐 여전히 우리 안에 남아 있었던 거야." 대부분의 사람들, 특히 우는 것은 여자애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배 우며 자란 남자들은 등에 통증을 느끼거나 늘 피곤해 하고,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것을 두려워하며, 여러 가지 신경과민 증상에 시달린다. 그리고 이는 자기 발전과 사회생활에까지 지장을 준다. 이 모두가 흘리지 못한 눈물 때문에 치러야 하는 혹독한 대가이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아이가 불필요한 고통이나 비극적인 상황을 겪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아이가 느끼고 있는 감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해야 할 때, 넘어져서 무릎에서 피가 날 때, 무서운 주사를 맞아야 할 때,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기르던 강아지가 아프거나 없어졌을 때 우리는 모두 고통과 슬픔이라는 감정을 경험하게 된다. "그래, 네가 아프다는 거 알아."라고만 말해 주어도 아이가 그때그때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처리할 수 있다. 나중에 어른이 되어 처리해야 할 감정의 찌꺼기를 하나도 남기지 않고 말이다. 또 기쁨과 환희, 슬픔과 고뇌에 이르기까지 모든 감정을 솔직히 받아들일 수 있는 역량을 키워 줄 수 있다.